퇴직을 하고 나면 한동안은 괜찮습니다. 그동안 못 쉰 만큼 쉬고, 미뤄둔 일도 하면서요.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됩니다. 매일 얼굴 보던 사람들, 하루에도 수십 번 메시지를 주고받던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뚝 끊겼다는 사실을요. 분명 '나가도 꼭 연락하자'고 했는데, 왜 그 말은 지켜지지 않을까요. ▶ 애초에 '관계'가 아니라 '역할'로 이어져 있었다회사에서 맺은 대부분의 관계는 사실 사람 대 사람이 아니라 역할 대 역할입니다. 같은 프로젝트를 맡았기 때문에, 보고 라인이 겹쳤기 때문에, 옆자리였기 때문에 매일 대화했던 것이죠. 그 역할이 사라지는 순간, 대화의 이유도 함께 사라집니다. 냉정하게 들리지만 연락이 끊기는 건 사이가 나빠서가 아니라, 처음부터 이어줄 '공통의 할 일'이 관계의 전부였기 때문..